2002년
새시대 복음화의 여정 둘째 해 : 복된 가정의 해
- 작성일 : 2020-03-12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새 천년기를 맞이한 우리는 은총의 대희년을 기점으로 그리스도 강생의 신비를 재현할 <새 시대 복음화의 여정>을 시작하였습니다. 우리 교구에서는 그 첫 단계로 지난 해 '선교 영성의 해'를 선포하였고 '자기 회심과 쇄신'을 기반으로 복음화의 기초를 다지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선교활동은 개인적으로 신앙의 증표가 되며 교회의 종말론적 사명을 수행하는 가장 적합한 행위입니다.
새 천년기를 맞이한 우리는 은총의 대희년을 기점으로 그리스도 강생의 신비를 재현할 <새 시대 복음화의 여정>을 시작하였습니다. 우리 교구에서는 그 첫 단계로 지난 해 '선교 영성의 해'를 선포하였고 '자기 회심과 쇄신'을 기반으로 복음화의 기초를 다지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선교활동은 개인적으로 신앙의 증표가 되며 교회의 종말론적 사명을 수행하는 가장 적합한 행위입니다.
올해 우리는 복음화의 여정 두 번째 단계로 <복된 가정의 해>를 맞이합니다. '새날 새삶' 운동에서 제시되었던 두번째 실천 지표 '참된 가정 이루기'를 깊이있게 실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는 곧 가정의 복음화이며 가정의 회복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복음화의 출발은 가정이어야 하며 동시에 복음화의 결실도 가정이어야 합니다.
우리 시대는 다른 위기와 더불어 가정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것은 또한 복음화의 위기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따라 가정의 본질을 올바로 인식하고 가정의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시대적 사회적 환경의 영향으로 가정과 결혼의 가치를 알면서도 오류를 따르는 등 혼란에 빠지는 어두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흐름을 마치 막을 수 없는 인간의 숙명처럼 이해하는 경향도 있으며 어떤 이들은 가정의 본질조차 바꾸어보려는 시도까지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이런 문제에 맞서 올바른 가정관을 회복해주며 사목적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사실 사목자들에게 있어 사목의 최우선적인 영역은 가정이며 가정 사목이야말로 모든 사목의 총체라 할 것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이미 20년 전 그리스도왕 대축일(1981년 11월 22일)에 사도적 권고 <가정 공동체>를 반포하셨습니다. 이어 1994년에는 가정의 해를 선포하시며 <가정 교서>를 발표하셨습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하느님의 계획에 의한 가정이 인간 공동체의 기초를 이루며 생명에 봉사하고 사회발전에 이바지하며 교회의 삶과 사명에 참여해야 함을 일깨워주셨습니다. 동시에 가정에 대한 사목적 배려가 심도있게 실천되어야 한다고 제시하셨습니다.
가정 사목의 기초는 하느님의 충만한 은총안에서 활기찬 생명 공동체로 만드는 일입니다.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할 수 있는 가정,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사랑이 가득찬 가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하느님의 선물로 인식하고 의지할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섬기는 일입니다.
가정 공동체의 기도는 가족 모두를 하나로 일치시키는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오늘날 가장 큰 문제는 가정안에서 기도하는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모와 자녀가 또 부부가 함께 기도하는 것은 그리스도인 가정의 품위와 책임을 갖는 가장 거룩하고 아름다운 가정교회를 만드는 길입니다.(가정공동체 59항) 각자의 생활 양식이 다르고 서로 대화할 시간마저 여의치 않은 현실은 더욱 가정기도의 필요성을 요청합니다.
또한 가정 복음화를 위해 가정안에서의 신앙교육을 강조합니다. 삶의 보금자리인 가정은 모든 교육적 효과를 드러내는 장소입니다. 신앙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어려서부터 가정기도와 신앙교육을 통한 자녀 육성은 자녀에게 하느님 축복의 유산을 남겨주는 길입니다.(가정교서 16항)
신앙의 위기를 겪기 쉬운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합니다. 청소년들은 가정의 틀을 벗어나려하고 기성세대에 대한 도전적 경향을 갖습니다. 그러나 이들 안에서 새로운 시대적 희망의 징표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은 어딘가 자신들을 펼치고 머물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찾으려 합니다. 교회는 "인간의 가치는 무엇을 가졌느냐에 있지 않고 어떤 인간이냐에 있다."는 충분한 확신을 가지고(사목헌장 35항) 그들의 쉼터가 되며 보금자리가 되도록 개방적 분위기와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이는 미래의 희망찬 교회가 되기 위한 긴박한 요청이며 연구되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가정을 이룰 이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합니다. 복된 가정의 이상은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의 마음 안에서부터 잉태되어야 합니다. 이들에게 결혼성사의 소중한 의미와 공동체로서의 가정관을 올바르게 심어주어 결혼 초기부터 혼인의 위대한 신비를 살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에페 5장; 가정교서 19항) 그러므로 각 본당이나 지구에서도 혼인 전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기 권합니다. 또한 혼인생활의 문제를 돕기 위해 본당이나 지구에서 전문인력 양성을 서두를 필요가 있습니다.
불가피하게 가정 안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 대한 애정을 나누고자 합니다. 이혼이나 그밖에 불행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도 하느님의 사랑 받는 자녀임을 잊지 않도록 배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교회는 당사자들이나 그 자녀들이 결코 소외된 이들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넓은 포용력과 세심한 관심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가정 사목에서 빼어놓을 수 없는 부분은 노약자들에 대한 부분입니다. 늘어나는 노년층과 그 동안 관심밖에 놓여진 듯한 장애인들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이 커져야 할 것입니다. 이들이 교회 공동체의 일원임을 의식할 수 있는 역할을 개발하고 참여의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가정공동체 27항)
복된 가정을 이루기 위해 교회는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관념을 뛰어넘을 자각과 결단이 필요합니다. 가정은 교회의 첫 자리(가정공동체 19항)이며 모든 가정이 그리스도를 모신 복된 가정으로 변화되게 하는 것이 교회의 성장이며 발전이라는 점을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가정 공동체야말로 기초교회이며 이들의 집합으로 지역 소공동체 교회가 만들어집니다. 또한 각 소공동체들의 유기적 연결로 본당 공동체가 이루어지며 이들 소공동체는 교회안에서 일치와 친교를 이룹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할 때 가정공동체의 복음화야말로 교회의 당면한 과제이자 희망이기도 합니다. 이 도정을 모두가 이해하고 실천해나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복된 가정의 해>를 뜻있게 지내고자 교구 사제평의회에서는 사목지침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교구 내 모든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모든 교우들은 가정의 참된 복음화를 위해 노력하며 이 해를 통해 주님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가정을 이루는데 모두 함께 참여하기 바랍니다. 모든 가정에 주님의 축복을 기원합니다.
2001년 12월 2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원주교구장 주교 김지석 야고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