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소개

2010년
말씀을 선포하는 교회 - 성경과 함께하는 해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습니다.”(요한 1, 14)
  • 작성일 : 2020-03-12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여러분의 가정에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2005년 교구설정 40주년을 지낸 우리교구는, 2006년 ‘생명을 지키는 가정의 해’, 2007년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는 해’, 2008년 ‘아름다운 환경과 우리’의 해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9년에는 ‘봉사하는 교회’라는 사목목표를 가지고 섬기는 교회의 본모습을 회복하기 위하여 우리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해야 할 몫이 무엇인지를 되새겨 보고 실천해 왔습니다. 우리 각자가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예수님을 본받아 각 가정에서, 본당에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안에서 섬김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되짚어 봅니다. 봉사하는 삶, 섬기는 삶은 한 해의 삶의 자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그리스도인이 평생을 간직해야 할 삶의 지표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대림절과 함께 새로운 한 해 2010년을 시작하며, 올해의 사목목표를 ‘말씀을 선포하는 교회’로 설정합니다.
 
 
성경은 너무나 놀랍고도 은혜로운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습니다.”(요한 1,14)
 
 
흔히 ‘하느님께서는 저 높은 곳, 그야말로 특별한 곳에 머무르시며, 구경하며 비난하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벌을 내리며 심판하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하느님을 이야기합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우리 가운데 오시어, 세상이 외면하던 고통 받고 소외된 이들과도 함께 웃고, 함께 우셨고, 심지어 당신을 외면하며 돌 던지던 사람들 가운데에도 함께 하시며, 그야말로 ‘우리 가운데’에서 ‘더불어’ 사셨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 ‘더불어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참으로 별난 하느님’으로 오해하는 것은 우리가 성경과 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신앙의 제일 근거가 성경임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책장의 한 구석에 잘 모셔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성경이 우리 책상의 가운데에 펼쳐져 있어야 합니다.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머무르시는 말씀을 우리의 삶의 가운데로 모시어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합니다. 말씀과 함께 하는 우리의 삶이 이루어질 때에야 비로소 말씀은 선포될 수 있는 법입니다. 말씀을 선포해야 하는 교회의 근본 사명은 말씀과 더불어 함께 하는 삶으로 이루어집니다.
 
 
저는 교구장으로서 여러분에게 권고합니다.
 
 
성경을 자주 읽으십시오.
읽고 또 읽어서 말씀이 여러분의 뇌리에 새겨지도록 하십시오.
“사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냅니다.”(히브 4,12)
그 누구보다도 말씀과 더불어 살았던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말씀이 살아서 우리의 힘”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읽은 말씀을 자주 묵상하십시오.
묵상은 머리에 새긴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 살아있도록 해 줍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창세기에서부터 묵시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성경의 이야기들 속에서 나를 발견해야 합니다. 성경묵상은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가, 카인의 이야기가, 아브라함의 이야기가 바로 나의 이야기임을 깨닫게 해 줍니다. 성경 묵상은 치유 받은 수많은 병자의 모습 안에서, 죄 많은 여인의 모습 안에서, 세리와 바리사이와 율법학자의 모습 안에서 나를 발견하도록 합니다.
 
 
묵상한 성경의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십시오.
성당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모임들은 늘 하느님의 말씀과 더불어 이루어져야 합니다. 어떠한 작은 모임에서도 말씀과 더불어 이루어진 우리의 삶이 나누어져야 합니다. 그러한 나눔 가운데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 가운데 사셨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성경과 더불어 이루어지는 배움의 기회를 자주 가지십시오.
배움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랍니다. 배움은 말씀과 더불어 사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보람 있게 하는 힘입니다. 모든 교우들은 자신의 주위에 펼쳐지는 배움의 기회들에 적극 참여하십시오. 더불어 사목자들에게 강조합니다. 교구와 지구, 그리고 각 본당에서 배움의 장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십시오.
 
 
그레고리오 성인은 성경을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당신의 피조물에게 써 보낸 한 장의 편지”라고 하셨습니다. 성인의 말씀대로 성경이라는 편지를 쓰신 분은 하느님이고, 그 편지의 수신인은 바로 ‘나’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써 보낸 사랑의 편지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 편지에 답장을 해야 합니다. 우리 각자의 삶으로 사랑 가득한 답장을 써 보내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의무입니다. 우리들의 삶이 그렇게 되어갈 때 교회는 말씀을 선포하는 본연의 모습으로 서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직자,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 여러분,
교구설정 40주년을 지낸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50주년을 향해 절반의 걸음을 옮겨가고 있습니다. 교구설정 50주년을 맞이하게 되는 2015년이 교구의 참다운 축제의 해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우리의 발걸음을 추스려야 합니다. 이제까지 교구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신앙 안에서 일치하여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또 삶으로 그 기쁨을 드러내왔던 것처럼 수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올 한 해, 말씀 안에서 더욱 힘을 받아 함께 나아가도록 합시다.
 
 
사랑하는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큰 축복과 은총이 가득하기를 빕니다.

 

2009년 11월 29일 대림 첫 주일에
 
지난사목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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